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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시
'영화'에 해당되는 글 12건
2008/08/15 23:00

배트맨 내용이야 20페이지짜리 만화로 보건 20분짜리 텔레비전 만화로 보건 2시간짜리 영화로 보건 내용은 다 똑같다. 텔레비전 버전도 자꾸 새로 그리면서 조금씩 원작에 변화를 주는 것처럼, 영화도 그렇게 하고 있다. 하긴, 그런것이 없으면 만화원작을 보고 말지 누가 영화를 보겠나? 소설같이 이미지를 사람마다 다르게 그리는 것도 아니고, 이미 고정된 심상이 그림으로 전달되었으니 더욱 그렇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 대한 얘기도, 다른 것들에 비해 얼마나 변화가 있는지, 그 변화가 괜찮아 보이는지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배트맨은 그냥 평이한 성격의 주인공이다. 기존의 이야기에서 특별히 달라진 것도 없고, 오히려 극에서는 형식상의 주인공일 뿐이다. 극의 핵심에서는 조금 비켜 서있다. 주연을 가장한 조연이라고나 할까? 맞기보다 때리기를 더 많이 한다는 것과 멋진 장비는 혼자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주인공인지 알아볼 수 있는 단서가 없다. 극은 투페이스와 조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원작에서의 중요성에 비하면 이 영화에서의 배트맨은 그야말로 김빠진 맥주.

투페이스는 배트맨포에버의 어처구니 없는 투페이스 묘사에 비하면 엄청나게 잘 나왔다. 하비에서 투페이스로의 탈바꿈이 원작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나름대로 그 뒤의 투페이스 인물 성격을 뒷받침하게 설정되어 있다. 그것도 원작에서 거리가 좀 있으니 흠이라면 흠이라고 집어낼수도 있다. 질서와 무질서 사이에서 분열된 모습이 아니라 복수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그린 것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번 영화 안에서의 역할에만 한정해서 보면 이해를 할만도 하다.

조커는 캐릭터의 성격을 감독이 엄청나게 변화를 주어서 약간의 적응이 필요하다. 그런 변화를 통해서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등극했으니, 적응시간이 걸려도 의미가 있다. 만화에서는 그야말로 대표적 악당이면서도 장난스러운 면이 상당히 강조되는데 (그래서 정신이상이라는 면도 자연스럽게 보여지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굉장히 심각한 성격의 인물이다. 만화나 잭 니콜슨의 묘사가 보여주던 정교한 화장이 아니라, 대충 세수하고 아무렇게나 흉터를 가리려고 칠한듯한 분장에서 더이상 장난스러움은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귀찮은데 어쩔수가 없어서 억지로 화장을 한 듯이 보이게 해서, 염세적인 분위기마저 돌게 한다.

조커를 묘사할때 안빠지는 (진부한) 대사인 웃으며 살라는 얘기도, 만화에서는 미치광이의 경박하지만 나름대로 긍정적인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반어적이고 냉소적인 분위기가 강조되어 있다. 게다가, 만화에서는 거의 항상 나오는 잭인더박스나 웃음개스도 없고, 미친듯이 웃는 것도 별로 보여주지 않는다.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묘사는 조커라기보다는 마구 난도질 당한 바티 크라우치 주니어의 묘사를 생각나게 한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얘기구조에 잘 들어맞게 되어 있다. 불만이 있다면, 지나치게 잭 니콜슨을 참조했다는 점. 잭 니콜슨의 조커 묘사가 만화의 이미지와 꽤 비슷하긴 하지만, 이번에는 성격이 상당히 다른 조커를 만들어냈는데 그에 맞는 새로운 모습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조커가 하는 대사, 너나 나나 쟤네들한테는 어차피 이상한 놈이기는 마찬가지라는 얘기는 만화에서 매드해터가 했던 것 같은데 그런대로 어울린다. 만화에서의 조커가 그랬다면 무게가 없었겠지만, 새로운 심각한 성격의 조커는 그런 대사에 어울린다. 그렇지만, 개 잡으려고 쫓아다니다가 잡으면 어쩔줄을 모른다는 얘기는 좀 껄끄럽다. 만화에서의 조커가 장난스럽고 어리버리해보여도 범죄에 관한한 천재적인 지적 능력을 가지고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그런 것을 한꺼번에 뒤엎어버리는 얘기를 한다. 그것도, 그 말대로 무계획하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양의 계획과 철저한 실행이 없으면 안되는 일들을 조커가 벌이는 장면들을 보여주고 나서 그런 말을 하게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게 한다. 물론 비슷한 얘기를 알프레드가 한참 전에 하기도 하고, 그 말을 하는 장면에서 극의 전개상 필요한 거짓말이었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석하기에는 너무 심각한 성격의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조금 다른 얘기: 조무라기 악당들—작가 마음대로 한번 쓰고 버리는 그런 악당들만 영화에 도입하지 말고, 기존의 다른 악당들을 영화로 묘사하는 것들을 봤으면 좋겠다. 예컨대, 매드해터나 스카페이스 같은 악당들. (하지만, 배트맨 영화가 한두개도 아니니깐 어디에 나왔을지도 모른다.) 투페이스의 분열된 자아를 표현하는게 어렵다면, 스카페이스 같은 악당으로 그런 측면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 리들러도 다시 그려볼만한 캐릭터인데 한번만 영화에 나오고 그만인 것이 좀 아쉽다.

흠찾기: 경찰과의 적대관계를 일부러 생성하는 장면은 받아들이기 좀 어렵다. 몰이해로 인한 적대관계에서 협력관계로 변화되는 원작의 설정을 거꾸로 돌려버린 것은, 이번 영화에서 상대적으로 중요도에서 떨어지는 배트맨을 영웅 반열에 올려놓고자 하는 어거지로 보인다. 하나 더. 루시어스 폭스는 만화에서는 존재감이 거의 없는 인물인데, 여기서는 Q의 역할을 맡겼다. 배트맨비긴스를 보지 않아서 거기서도 그런지는 모르지만, 영 이상하다. 그런 것은 원래 숨어있는 천재 알프레드가 도맡아서 하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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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7 02:00

한줄로: 많은 기대는 곤란. 그래도 그래픽은 감동적.

내용 자체는 그동안 픽사에서 계속 해왔던 식의 얘기이니깐, 더이상 할 얘기가 없다. 픽사 만화를 많이 보았다면 이제쯤은 식상할만도 한 뻔한 얘기 진행이다. 심지어 형식까지도. 하지만, 표현까지 진부한 무협지도 장사가 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정도의 영화라면 장사가 잘될 것 같다. 내용은 너무 빤히 들여다 보이기 때문에 한마디라도 적으면 바로 스포일러가 될터인즉, 안 적으려 한다.

새로운 시도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프레드 윌라드는 실사로 나온다는 것.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모든 것을 그려서 표현하던 이전의 것과 크게 대조가 된다. 그리고 약간의 영화(?)장면도 실사가 있다. 작년의 라따뚜이등 이전 것들에서는 그런것도 다 그렸었지. 한편, 지구로 묘사되는 배경은, 몇가지 눈에 띄는 명백한 어색함만 아니었다면 실사라고 해도 믿을만큼 정교하다. 이렇게 섞여버리니, 배경이 바뀌기 전까지는 그래픽이라는 생각이 안든다. 오히려 70년대 스타워즈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 시대의 특수효과가 진공관 앰프같은 부드러운 느낌을 주어서 더 마음에 든다.

그 외에: 음성은 심하게 변조를 해서 그 유명한 시고니 위버도 알아볼 수가 없다. 차라리 매킨톡을 쓴 캐릭터처럼 다른 몇몇 캐릭터도 음성합성을 했더라도 큰 차이는 없었을 것 같다. 한편, 내용이 뻔하다 보니 폭소를 유발하는 유머도 별로 없고, 그나마 있는 곳도 그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나라에서는 괜찮은 흥행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보면, 내가 너무 기준을 높이 잡았나?

다시 요약해서: 전반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보아왔던 픽사 수준에 어울리는 기대에는 좀 못 미친다. 어쨌건, 기술은 엄청난 영화다. 그리고, 시간도 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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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0 22:00

한마디로 줄여서: 70년대로의 시간여행 (어흑...)

여러 영화들을 "혼성모방"(이인화가 주장하는 의미에서의 혼성모방, 순 우리말로는 짜깁기, 영어로는 cut and paste)을 해서 좋은 말 하기 힘든 영화. 그나마 얘기가 재미라도 있으면 단점이 가려질텐데, 볼 것이라고는 싸움장면 밖에 없는 70년대말-80년대초의 홍콩영화 수준이다. 차이가 있다면, 이 영화는 영어가 중국어보다 더 많이 나온다는 정도.

차라리 The Lost Empire같이 얽어놓는 것이라면 해볼만한 시도였을텐데, 그냥 두개의 분리된 세계를 만들고 얘기가 진행되는 세계에 The League of Extraordinary Gentelmen같이 기존의 유명한 얘기들의 주인공들을 쏟아부은 것은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렵다. 더구나, 그 만화(혹은 영화화된 버전)가 기존의 이야기를 난도질해버린 것만 받아들여서, 전체적인 얘기의 진행이 영 이상하다. 하지만, 이런 형식을 생전 처음 보면서, 홍콩 영화를 한편도 본 적도 없고, 서유기도 읽어본 적이 없다면, 한시간 반정도 시간을 보내기 좋다. 이 조건이 안맞으면 실소나 조소가 폭소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이야기에도 몰입을 방해하는 것이 있으니, 주연 여배우의 연기와 대사가 그렇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문제는 배우의 문제라기 보다는 감독의 연출능력 문제이다.) 여배우의 연기능력 자체는 잘 모르겠지만, 그 연기의 연출이 상투적인 중국사극의 비련한 여인의 틀에 억지로 쑤셔넣고 있어서 상당히 불편하다. 싸우다가 웃기다가 하는 이런 영화에는 그야말로 생뚱맞은 스타일이라서, 영화와 어우러지지 않고 겉돈다.

그래도, 말을 하지 않고 화면만 나올때에는 오버액션이라도 참을만 한데, 대사가 나오면 두드러기가 돋는다. 영어문화권에서는 자기를 3인칭으로 지칭하는 사람을 정신이상자로 취급한다. 그래서, 그런 화법을 구사하는 인물이 영어문화권의 극에 등장하면, 그 인물은 어리벙벙하고 말이 안통하는 바보라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이 비련한 복수의 화신이 어리벙벙 화법을 구사하고 있으니 두드러기가 안 돋고 배길 수가 없다. 불행히도, 그 역할이 지나가는 캐릭터가 아니고 여주인공이다. (무슨 소리인지 영 이해가 안간다면,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가 그 영화에서 최민식의 캐릭터를 응징하면서 "웰컴투 동막골"의 강혜정의 캐릭터의 대사를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한다고 상상해보라.)

총평: 성룡과 이연걸의 영화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은 맛보기 선물세트를 사는 기분으로 보아도 되겠다. 기존의 영화에서 재미있었다거나 인상깊었던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그 외의 사람들은 비디오로 무술장면만 골라서 봐도 이 영화에서 놓치는 것은 별로 없다.

---

@ "진용"을 베껴오는 끝처리는, 같은 얘기를 하더라도 훨씬 더 멋있게 할 줄 아는 김기덕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얼마나 훌륭한 영화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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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5 01:21

한줄짜리: 시간죽이기 — 시간은 잘 간다.

조금 길게: 제리 사인펠드(Jerry Seinfeld)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그 사람이 하는 코미디에 대한 자신의 기호에 따라 이 영화를 볼지 말지 결정하면,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그런 영화다.

제리 사인펠드가 누구인지 모른다면, 일단, 이경숙 국보위원보다는 미국 사회/문화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알아야 웃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영화라는 것을 먼저 알고 들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Cars가 그랬던 것처럼, 미국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면, 그리고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지 않으면, (cultural literacy라는 얘기가 적절하게 번역이 안되어서 말이 이렇게 길어진다) 어떤 장면이 왜 웃기는 것인지 받아들이기가 좀 껄쩍지근하다. 비유하자면, 넘버3에서 송강호의 캐릭터가 "낙장불입"을 말했을때 왜 배꼽을 잡고 웃는지 한국인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냥 중간급의 오락영화로 취급해도 큰 무리는 없겠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국민학교 자연시간만도 못한 바보스러운 얘기들이 있다는 말을 미리 해두니, 그것에 얽매여 영화의 오락성을 놓치지만 않으면 시간죽이기에는 아주 적절한 영화가 되겠다.

몇가지 영화의 핵심에서 거리가 꽤 먼 얘기들:

  • Here comes the sun을 셰릴 크로우 목소리로 넣은 것은 나의 예상과는 달리 나쁘지는 않다. 물론 누가 그 노래를 부르더라도 조지 해리슨의 담백하면서 정감있는 그 맛을 그대로 살리기는 어렵겠지만서도...
  • 머시기 눈에는 머시기만 보인다는 말대로 AMD 옵테론을 써서 렌더링했다는 말이 엔딩 크레딧 올라가는데 꽤 잘 보인다. 한편 엔딩 크레딧 마지막에 올라가는 소니 상표는 언제봐도 그때 그 루트킷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 사람에 따라서는 정반대의 견해를 가질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드림웍스라는 회사는 항상 픽사의 짝퉁만화 판매자라는 그저그런 인상이 꽤 강하다. Antz로 인해 형성된 그 인상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종종 쉬렉도 픽사에서 만든 것으로 헷갈리고는 한다.
  •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참 화려하다. 이 사람들 다 동원했으면 돈은 꽤 많이 들어갔겠다.

===

@ 새 정부 시책을 따라 "줴뤼 사인휄드"라고 썼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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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2 01:30

지난 여름의 영화에서 기억할 만한 대사.

The world we live in belongs to the enemy. We must live carefully. We look out for our own kind, Remy. When all is said and done, we're all we've got.
— "라따뚜이"에서 레미의 아버지 장고가 레미에게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그것도 극의 핵심에서 비켜서 있는 대사가 의미심장한 것은 우리나라의 겨울이 추워서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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