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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1'에 해당되는 글 1건
2008/04/21 21:00

우리말의 특징중의 하나가 과감한 생략이다. 서로 뻔히 다 안다는 전제하에 주어 생략은 늘 있는 일이다. "밥 먹었냐"라고 물어보지 않고 "너 밥 먹었냐"라고 물어보면 오히려 시비거는 듯이 들린다. 이런 것을 최대한 악용한 인물이 맹박군과 그 주변의 인물들이다. 그 유명한 "내가" BBK를 설립했다라고 말하지 않았으니까 아니다라는 얘기를 벌써 잊어버린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쌀값이 폭등하는 것을 놓고 농산물의 자급이 중요하다고 떠들던 사람들이 쇠고기 수입을 환영하고 나섰다. 아마도 쇠고기는 자급해야할 농산물이 아니었나보다. 어쩌면, "쇠고기를 포함한" 농산물의 자급이라고 하지 않았으니까 관계가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과감하게 생략된 단어들을 찾아내서 정책의 의도를 알아내도록 퍼즐을 제공하는 그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 퍼즐 하고 있으면 시간이 참 잘 간다. 퍼즐을 맞게 풀면 그들은 "오해다"라고 할 것이니 정답을 확인하기도 쉽다. 기왕 하는김에 앞으로 나올 퍼즐에 대비한 연습으로, 이미 나온 퍼즐을 더 풀어보자.

맹박군의 "경제를 살리겠습니다"라는 구호. 이거, 아무리 봐도 '"미국" 경제를 살리겠습니다'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경제는 나아지는 기미보다는 악화되는 모양새가 강하다. 예컨대, 이런 기사에는 최근 몇달간의 상황이 요약되어 있다. 한편, 미국 농업 종사자들은 좀더 확대된 한국 시장을 얻었다. 이것들을 모아서 보면, 맹박군이 살리겠다는 경제는 우리나라 경제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나는 아직까지는 정확히 어느 나라 경제를 맹박군이 살리는지 모르겠다. 심증으로는 미국 경제를 살리는 것 같지만서도... 이영민군과 김창현 할머니는 아마 알지 않을까?

내친김에 맹박군의 경제성장율 구호도 보자. 경제성장율 7%를 구호로 내걸고는, 당선되고 난 뒤 얼마후에 6%로 내렸다. 한편, 누가 맨 처음에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잠재성장율을 검색해보면 희안하게도 우리나라 잠재성장율을 5%라고 말한다. 실제 경제성장율이 우연히 한두번 잠재 성장율을 초과할 수는 있지만, 그게 늘 있는일이 될 수는 없다. 만일 그게 늘 있는 일이면, 잠재성장율이 잘못 계산된 것이다. 반면, 잠재성장율의 계산이 맞게 되었는데, 7%의 경제성장율을 매년 달성한다는 말이 생판 거짓말이 아니라면, "명목" 경제성장율이 7%라고 해야 모순이 생기지 않는다. 보통 경제성장율이라고 하면 실질경제성장율에서 "실질"을 생략하고 하는 말인데, 맹박군 하는 짓으로 봐서는, "실질" 경제성장율이라고 말한 적이 없으니까 "명목" 경제성장율 7%를 달성했다고 우길 것으로 예상된다. (혹시라도 모른다면, 그 차이는 물가 상승율이다. 현재의 물가상승율로 미루어 볼 때, 올해 명목경제성장율은 7% 목표치를 한참 초과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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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만큼 "사"고를 "칠"거라는 747공약으로 미루어 볼 때, 앞으로도 풀어야 할 퍼즐은 무궁무진하겠다. 퍼즐을 좋아하는 사람, 여기 붙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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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언: 조선일보 기자가 김창현 할머니를 최근에 인터뷰했다. 조선일보라는 틀에 안 어울리게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그때 잘못하면 소 160마리 끌고 가서 가만 안 둔다고 했는데, 지금 정부가 하는 것 보면 어떻냐”고 물었다. 잠깐 침묵한 김씨의 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아, 지금 정부가? 글쎄요. 여론으로 보면 ‘이 대통령은 농촌이 안중에 전혀 없는 사람이다’고 걱정을 해요. 어제도 한 친구가 놀러와서 그런 얘길 하더라고. 우리 농촌 그냥 무너진다고. 그래서 내가 그랬어. ‘아 대통령 혼자 정치하냐. 국회의원이 수백 명이고 장관들이 각 부처에 있고 거기에 다 전문가들이 있고. 대통령 하나가 농촌을 모른다고 해서 농촌 외면 당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고.”

그는 잠깐 말을 멈추고 “내가 대통령 옹호하는 건 아니에요. 그렇죠?”라고 되물은 뒤 다시 말을 이었다. “대통령이 물론 틀은 세워놓겠지. 그렇지만 그 밑에서 움직이는 거는 정치하는 사람들 문제지. (이 대통령이) 기업도 큰 기업만 한 사람이기 때문에 중소기업 다 죽일 거다, 농촌 사람들 다 죽일 거다, 지금 여론들은 그래요. 그래서 모르겠어. 그게 맞는 말인지.”

할 말이 없다. 그래도 할머니는 꿋꿋하다.
― 현 정권에 대해 좀 실망하시지 않았나요?
“아직 몰라요. 실망하는 건 아니고. 인사 단행하고 밀어 붙이는 거 보면 뭔가 해내긴 해낼 거 같어.”

― 그러니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건가요?
“그럼요. 끝에 가봐야 알지. 잘하고 못 한 거는 끝나봐야 알고. 그 사람 인생이 잘 살았는지 못 살았는지는 죽어봐야 알고. 내가 뭐가 뭔지 속된 말로, 똥인지 된장인지 분간도 못하는 사람이 뭘.

맹박군이 소망교회 사람들을 무조건 믿듯이, 할머니도 맹박군을 절대 신뢰하는구만. 한편으로는, 김대중이가 정권을 잡았을때, 그 영감을 무조건 지지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겹친다.

세월이 흘러가도 발전하는게 없다.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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