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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시
2008/05/09 22:30

세상일이 경제학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면, 세상의 일이 돌아가는 원리가 모두 비용과 편익(혹은 이익)의 비교로부터 출발한다. 어제 100분 토론에 나와서 시작하자마자 강의를 하던 경제학교수의 말은, 광우병의 위험을 완전히 통제를 하려면 할 수 있지만 그 비용에 비해 편익이 작으니까 위험을 덜 통제하고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수입개방을 한 것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이것에 대해 고등학교 사회 수준에서 연습문제 풀이가 되는지 보자.

위험 통제 수단

우리나라에 미국발 광우병의 위험을 완전히 통제하는 방법은, 미국이 수출하는 쇠고기를 전수조사해서 병원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거나, 아니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혀 하지 않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런데, 미국내 법령이 바뀌지 않는 이상, 전수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결국은 거래를 중단하는 방법만이 완전한 위험 통제수단으로 남는다. (곁가지: 전수조사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정부의 입장은 계속 발병"확률"만 강조하게 된다.)

완전 통제의 비용

위험을 완전히 통제하는 방법이 거래중단이라면, 다른 부문에서의 보복성 거래중단이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최근 몇년간 노무현과 이명박을 관통해서 흐르는 정부의 입장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매우 큰 이득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쇠고기 거래 중단으로 인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이득을 얻지 못하게 되므로, 그것이 곧 완전 통제의 비용이다. (곁가지: 그래서 쇠고기 수입을 한다니까 맹박군은 박수치고 좋아한 것이다. 한편, 조선일보에 의하면, 맹박군이 비용과 편익을 철저히 비교해보았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기도 하다.)

그외의 비용은 무엇이 있을까? 어쩌면, 밀수입의 통제비용이 있을 수도 있다. 한우전문점이라는 곳에서 미국산 고기를 한우라고 속여 파는 정도로 "원가절감"노력이 지속된다면, 밀수한 미국산 소고기의 비용이 한우보다 비쌀 때까지 밀수를 통제해야 한다. 그 외에도 비용으로 계상할 것은 꽤 있을 것이다.

완전 통제의 편익

한편, 광우병 위험을 완전히 통제한다면, 그 편익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광우병으로 죽는 한국인이 없다는 것이 편익이다. 그것을 수치화하는 방법은 한국인의 생명에 값을 매기는 수 밖에 없다. 즉, 위험을 완전히 통제하면, 광우병이 발생했을때의 인명손실 만큼이 이득이 되니까, 발병 확률과 인명의 가치를 곱하면 편익의 기대값이 계산된다. 그러므로, 발병확률이 매우 낮다고 전반적인 합의가 있다면, 편익도 낮아지는 것이고, 그래서 정부의 선전은 발병확률에 집중되어 있다.

한편, 현재 주어진 완전통제수단이 거래중단밖에 없는 것으로 인한 부산물로, 국내 축산업의 보호가 편익으로 계상될 수 있다. 쇠고기 수입이 국내 축산업을 완전히 망가뜨린다면, 거래중단의 편익은 국내 축산업의 소득액이 될 것이다. 물론, 국내 축산업이 완전 붕괴되지는 않을터이니, 여기서의 편익의 크기는 국내 축산업의 총소득액보다는 작을 것이다.

비용과 편익의 비교

광우병 위험의 완전통제의 비용은 수치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편익은 쉽게 수치화되지 않는다. 바로 인명의 금전적 가치를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둘의 비교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논란"이 있는 것이다. 이 "논란"을 쉽게 없애는 방법중의 하나는 한국인의 생명에 값을 매겨 그 값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다.

여기서 자기중심주의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생명에는 낮은 값을 매겨도 자기의 생명에는 무한히 높은 값을 매기려고 하는 것이 인간이다. 이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예가 바로 정인교의 주장이다.

정인교 교수는 "광우병 걸린 소를 먹고 사망할 확률은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이 집에 가다가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옹호했다. 하지만 한 시민논객이 "가족과 함께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겠냐"고 묻자 "먹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해 스튜디오를 가득 메운 시민 패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요컨대, "나는 안 먹으니까 다른 사람들의 목숨만 넣어서 계산하면, 완전한 위험통제의 편익이 작게 나온다"는 얘기다. (곁가지로, "과학"을 앞세워 발병확률만을 선전함으로써, 인명의 값을 유한한 "적정액"으로 설정했다는 것을 가리는 정부의 선전전략은 고양시의 어떤 교사에게는 매우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편익을 평가할 객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경제학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평가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서로 반대하는 "진영"이 생기고 진지전을 펴는 것도 그래서 그렇다.

힌트 또는 훔쳐보기

정부의 입장인 "매우 낮은" 발병확률과 그로 인한 낮은 편익이 사실인지 아닌지 우회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은, 생명보험회사 상품목록을 보는 것이다. 보험의 정의상, 같은 보험금을 지급할 때, 위험이 높으면 보험료가 비싸고 위험이 낮으면 보험료가 싸진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생명보험에서 광우병을 취급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생명보험에서 광우병을 취급하면 이 연습문제의 답을 구할 수 있다고 해서 좋아해야 할 것인지는, 또다시 각자의 판단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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