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우리의 문화도 제대로 다 알지 못하면서 남의 문화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격이다. 나름대로는 최대한 맞는 말을 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종종 코끼리는 엄청나게 커다란 기둥이라는 소리를 한다거나 코끼리는 길쭉한 호스라고 우기거나 하는 일이 벌이지기 마련이다.
포도주와 그것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문화는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이식된 것이야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게다가 그것이 (이제는 이런 일이 더이상 새로울 것도 없지만) 일본을 통해서 기형적으로 이식되었기 때문에, 동아시아에서만 보이는 묘한 변이가 있다. 이것들에 대해 한 말씀 하시는 "와인도서 작가"이신 이원복과 "한국와인협회"(음? 뭐지? 와인 생산자 협회? 와인 소비자 협회? 와인 수입업자 협회?) 부회장의 대담이 며칠전 신문에 났다.
"모두 술이 거나해지자 이날 자리는 와인에 관한 잘못된 상식들을 폭로하는 자리가" 되었단다. 어차피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사람들의 말도 맞을 수 있고, 그들이 틀렸다고 지적하는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맞을 수도 있는데, 결정적으로 그 "거나해"진 결과인지 코끼리는 기둥이라고 단언을 해버리는 이원복씨.
이: 와인 선입견이 너무너무 많아. 치즈 왜 안내놓게.
치즈를 먹으면 와인 맛이 싹 사라져.
난 지금까지 와인하고 치즈를 같이 먹는 서양 사람은 본적이 없어.
그런데, 내가 만져본 코끼리는 길쭉한 호스였다. 내가 포도주를 같이 마셔본 사람은 전부 서양사람이었건만, 그 사람들은 치즈를 같이 먹었다. 돌이켜보면, 그 사람들은 치즈를 먹기 위해 와인을 마시는 것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하긴 하지만서도. 이번에 어디서 구해온 치즈인데... 이렇게 말을 시작해서, 그거하고 포도주 한잔 할라냐라고 물어보았던 것을 돌이켜 보면, 술보다는 치즈가 위주였던 것 같기도 하다. (치즈뿐만 아니라, 어떤 자리에서는 살사와 콘칩, 아스파라거스 등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상할만한 푸짐한 파티상을 차려놓고 먹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사람은 정말 술만 달랑 나눠먹는 경우도 있었다. 요컨대, 법칙이 있는게 아니라, 다 자기 마음이란 말이다.)
어쨌거나, 치즈와 와인을 같이 먹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는 단언으로, 코끼리를 기둥으로 선언해버린 "와인도서 작가"분의 교우관계를 흠모하고, 또한, 그러한 술친구를 두신 그분께 무한한 존경을 표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진 코끼리는 길다란 호스였다는 것을 다른 여러 장님들에게 말해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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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호스가 아니라, 둥그런 터널 같은게 하늘에 둥둥 떠다니던 것이었나?
@@ 한국인들은 한국인하고 술 마실때에는 소주를 마시지 않나? (물타서 만드는 의사) 소주의 그 사카린 맛을 증오하는 나도 한국인 만나면 소주를 제안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실제로 마시건 안 마시건.) 아니면, 이원복 "작가"의 한국인 술친구들도 특별한 분들이었나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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